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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반 피아노 음악의 전반적 상황

 


 


 19세기 초는 피아노 음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18세기 이후 현저하게 개량을 거듭한 피아노는 성악이나 다른 악기에 못지않게 강한 감정적 표현이 가능해졌으며, 반주나 보조 악기로서의 인식에서 벗어나 솔로 연주 악기의 가능성이 커졌다. 많은 작곡가가 피아니스트를 겸하는 시대가 왔고 수많은 피아노 문헌이 쏟아지기도 한 시기이다. 베토벤은 흔히 고전주의 작곡가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그의 주요 작품은 1800년대 넘어서 작곡한 것이다. 한편, 리스트의 경우 다른 초기 낭만 작곡가, 즉, 쇼팽슈만 등과 동년배이지만 그의 생애는 훨씬 길었고 그의 피아노 음악 역시 19세기 초반과 중반, 거의 후반에 이르기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다. 그런데 흔히 리스트는 브람스와 대비시켜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 리스트를 19세기 후반의 범위로 넘겼다. 단지 낭만주의 피아노 주법에서 전체적인 윤곽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 리스트를 포함했다.


 

 



피아노 장르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건반악기의 장르는 춤곡 모음곡과 푸가, 변주곡이다. 하지만 이러한 향상은 고전 시대를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춤곡 모음곡은 이제 어느 사람에게서도 찾기 어려우며 겨우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예전과 내용이 다르다.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반드, 지그의 표준 바로크 춤곡은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대신 왈츠, 폴로네즈, 타란텔라 등의 춤곡으로 바뀌었다. 특히 '조곡(Suite)'이라는 모음곡 형태가 사라지게 된다.

 한편, 바로크 시대 음악어법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던 푸가 역시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된다. 대위법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엄격한 방식으로 곡 전체를 대위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은 찾기 힘들게 되었다. 푸가가 쓰였다면 옛 양식에 대한 존경심 같은 것으로 표현하거나 혹은 힘들게 헤쳐 나가야 하는 어떤 상태 등을 나타내는 수사적인 양상을 띠게 되었다. 베토벤이 말기 음악에서 푸가를 진지하게 썼으며 이후의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매우 드물게 푸가가 나타난다. 하지만 가장 고난도의 음악 기법으로서 푸가는 피아노 음악 작곡가들이 도전해볼 만한 형식으로 간주하였다.


 



변주곡


 


 바로크 시대는 건반악기뿐 아니라 어떤 악기 음악에 있어서 변주곡이 커다란 부분을 차지했다. 오래된 옛 형식의 변주곡은 '그라운드 베이스', '샤콘느', '파사칼리아'로도 불렸다. 기악은 독자적으로 존재했다기보단 춤의 반주 역할을 하던 것이 대부분이다. 춤에 있어서 음악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보다 유사한 뼈대와 리듬 안에서 약간씩의 변화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관습이 기악의 변주 원리의 배경이다. 고전, 낭만 시대에 비교적 손쉽게 곡을 큰 규모로 만들어 나갈 수 있어 많이 쓰였고 특히 기교를 과시하는 연주자를 겸한 음악가들은 변주 기법으로 즉흥 연주 실력을 과시하곤 했다.

 낭만 시대에 오면 변주곡의 위상이 바뀌게 된다. 멘델스존, 슈만, 특히 브람스가 변주곡의 새로운 모델링에 성공했고 성격 소품과 결합한 형태로 변주곡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즉, 같은 베이스에 기교적이거나 장식적 음악을 엮어나가는 예전의 변주곡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변주곡에서 개성이 나타나는 그러한 변주곡이 된 것이다.

 

 



 소나타



 바로크 시대 스카를라티의 건반악기 소나타는 고전 시대에 표준적 형식으로서 점차 그 형식을 분명히 하게 된다. 하지만 독주 기악곡 소나타는 여전히 여흥의 성격이 강한, 아마추어를 위한 곡이었는데, 그 위상이 완전히 바뀌게 된 데에는 베토벤의 기여가 컸다. 베토벤은 초기 소나타에서 표준적인 소나타를 정점에 올려놓았고 가장 진지한 작곡 기법으로 소나타를 완성해 낸 장본인이다. '소나타 형식'이라는 용어가 이론가들의 저술에서 베토벤과 동시대 혹은 그 이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베토벤은 정통적인 방법으로 소나타를 정점에 올린 이후 그 형식을 자유로이 탈바꿈시켜 하나의 형식이 이론적으로 속박될 수 없는 것, 즉 형식이란 단지 하나의 틀에 지나지 않음을 자신의 창의성으로 보여준다. 


 



성격소품(Character piece)

 




 낭만 시대에 가장 뚜렷하게 부상한 피아노 장르는 성격소품이다. 캐릭터 피스, 즉 길지 않은 악곡에 개성을 강하게 부각하게 시키는 작품인데 아마도 이것의 원조는 바로크 시대의 프렐류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형식에 크게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독창적 아이디어를 실현하게 하는 프렐류드는 정식적으로 매우 건반악기에 독특한 환상성을 갖고 있다. 한편, 제목이 붙은 소품들의 원조는 프랑스의 쿠프랭, 라모의 소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러한 판타지아 적인 발상은 슈베르트의 <즉흥곡>혹은 <즉흥 환상곡>등에서 더욱 구체적인 악곡 형태를 갖추게 되고, 이후 낭만 시대 작곡가들은 곡의 성격에 따라 다른 용어를 붙여줌으로써 폭넓게 적용하게 된다. 야상곡, 즉흥곡, 환상곡, 프렐류드 등이 그러한 예이다.

 그런데 성격소품이 낭만 시대의 산물로 간주하게끔 된 것은 아마도 제목 붙은 소품들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슈만의 많은 작품이 그 예인데, 환상곡이나 야상곡 등 다소 애매한, 그저 분위기만 암시하는 정도의 제목에서 더 나아가 "저녁에"라든지 "밤에"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 감정, 인물 등을 표현하는 소품이 많아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다윗 동맹 무곡"의 모든 곡은 두 주인공, 유제비우스와 플로레스탄의 '성격'을 묘사하는 소품으로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성격 소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박유미 「피아노 문헌」 음악춘추사(2011) p.1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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