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모차르트(Wolfgang Amageus Mozart, 1756-1791) 피아노 음악

 


 

변주곡

 


 어린 시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모차르트는 변주곡 작곡을 즐겼다. 변주곡은 주로 청중에게 연주 실력을 어필할 목적이 커서 음악적으로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장르로 치부되기도 한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모차르트가 사용한 변주곡의 주제들은 그 당시에 인기 있던 대중적인 멜로디이다.

 

  변주곡 형식에서 모차르트는 주로 파리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이곳에서 변주곡이 크게 유행했는데 파리의 변주곡에서는 상반된 요소의 삽입이 많았다. 예를 들면, 2박자 리듬이 주제면 보통 3박자 변주도 하나 있었고 아다지오의 느린 변주도 삽입했으며 주제가 장조이면 단조로 된 변주도 하나씩 첨가하는 식이다. 그런 면에서 모차르트 시대의 변주곡은 이전 시대 작곡가에 비하면 상당히 확장된 편이다.

 음악적 비중은 작품마다 큰 차이가 있는데, 초기 변주곡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살리에리의 "Mio caro Adone"에 곡을 붙인 것이다. 단조로 된 변주곡들은 매우 함축성이 높으며 끝에서 두 번째 변주는 보통 다른 변주들보다 템포가 느리고, 오페라틱한 선율로 채워져 있다.

 후기 변주곡 중 중요한 것으로 1784년의 글룩의 "Unser dummer Pobel meint(어리석은 백성이 생각하기에도) 주제에 의한 변주곡" K. 455가 있는데 이 곡에서 변주곡이 확장되고 주제도 자유로이 다루어진다.

 

 

 

 


환상곡과 그 외 작품들

 


 모차르트는 3곡의 환상곡을 남겼다. 이들은 어느 정도 즉흥의 요소를 갖고 있으며 모차르트의 개성적인 드라마틱한 스타일 보다 외향적으로 나타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K. 457 소나타와 함께 출판된 K. 475 환상곡이다.

 이 두 곡을 살펴보면 c 단조라는 조성이 모차르트에게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다. 두 곡은 분노와 음침함, 무뚝뚝함과 장엄함이 주된 성질로 나타난다. K. 475에는 서로 다른 성격의 부분들이 나타나는데 첫 아다지오의 묵직함, 대조되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 알레그로와 카덴차, 이어지는 안단티노 그리고 휘몰아치며 시작하는 Piu Allegro와 다시 첫 부분의 Tempo Primo로 연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C 장조의 <환상곡과 푸가> K. 394는 첫 부분이 거의 연습 곡적 쉼 없는 환상곡 진행으로 있고, 뒤에 오게 될 엄격한 푸가를 돋보이게 한다.

 

 

 

 



모차르트 피아노 음악의 특징

 


 모차르트의 스타일이 확립1775년은 일반적으로 전고전주의 시대의 양식적 혼란이 수습되고 새롭고 안정된 표준이 정립되던 시기라 할 수 있다.

 

 모차르트로 대표되는 고전 시대 음악의 특징이란 바로크 전통, 감정 과다 양식, 우아하고 정돈된, 감성이 강조된 요소들의 융합과 균형 맞춤이다. 드라마틱하지만 너무 잦은 감정 변화로 인해 산만해지고 안정성이 없는 결점, 지적이기는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지는 양식이 주는 딱딱하고 고루한 느낌의 결점, 우아하기는 하지만 가볍고 공허해서 깊이 남는 것이 없는 결점, 이 모든 치우친 점들이 모차르트 안에서 완벽히 균형을 맞추고 깨끗하고 만족스러운 솜씨로 모두 융합되었다. 그런 점에서 모차르트는 바로 전 시대에 행해졌던 모든 실험의 혜택을 최대한 받았다 할 수 있으며, 또 최고의 경지로 그 모든 것의 정수를 아우르는 천재성을 가졌다고 말하게 된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피아노 독주의 영역이 모차르트 창작에 있어 최고의 지위를 갖는 위치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편, 기악 분야 중에서는 협주곡이 오페라와 가장 유사한 장르다. 서곡과도 같은 오케스트라의 도입에 이은 솔로의 등장, 주인공과 배경 인물들 간의 극적 대립과 조화는 협주곡에서는 솔로와 오케스트라 간의 대결구조와 흡사하여 모차르트의 피아노 음악으로는 단연 피아노 협주곡이 가장 가치를 인정받는다. 모차르트 스타일을 갖는 몇몇 피아노 독주곡 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드라마틱한 요소

 


 모차르트에게는 음악에서 전체의 통일성을 주자는 욕구가 있었고 극적인 것에 대한 직감이 있었다. 그가 만들어 내는 여러 가지 인간 감정과 관련된 개념, 깜짝 놀라게 하거나 음악적 선을 끊지 않으면서도 갑작스럽게 멈춤, 대조를 만들어냄 등, 이러한 요소는 모차르트의 극(Drama)에 대한 재능 없이 불가능하다.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서로 대조되는 성격을 교차시켜 마치 극에서 서로 다른 두 인물의 미니어처를 보게 하는 듯한 효과가 소나타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모차르트 소나타 K. 311, 1악장 시작 부분


 모차르트는 오페라를 통해 자신의 극적 재능을 잘 활용했는데 성악가뿐 아니라 반주 파트의 기악이 맡은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기악 파트는 노래하고 있는 캐릭터의 감춰진 심리 상태 혹은 그 모든 장면을 보는 청중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경우가 있다. 겉으로는 신사인 척 멋진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사실은 엉큼한 속마음을 감추고 있는 모습, 상대에게 마음이 동화되는 순간의 마음 상태 변화, 거짓이 탄로 날까 봐 전전긍긍하며 쩔쩔맬 때 등 이러한 것들이 모차르트의 오페라에서는 오케스트라 반주로 참으로 절묘하게 묘사했다.

 바로 그러한 재능이 모차르트의 음악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에 감정 이입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그런 방식으로 기악을 썼던 모차르트로서 유사한 방식으로 피아노 음악을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생동감, 탄력성

 


 우리는 방대한 모차르트 음악 레퍼토리를 접하면서 그의 음악이 무궁한 선율들, 노래들로 가득 차 있음을 알고 있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선율은 시간이 흘러도 진부해지는 것 없이 언제나 생기있고 정감이 넘쳐 모차르트의 것임을 알 수 있다. 흔히 고전주의 스타일에서 가장 성숙한 작품은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꼽으며 특히 그 대표적 특징으로 균형감과 명확성을 거론한다. 

 

모차르트 소나타 k. 311, 1악장 15-24마디 부분


 고전음악의 특징인 명확성과 명쾌함은 그가 주로 중간 음역을 사용하고 압축된 형식 구조를 쓰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그것을 평범한 틀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미묘한 불일치를 만들어 낸다. 즉, 양손의 강세를 달리하던지, 대칭적으로 보이는 것에 변주를 집어넣든지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모차르트의 음악을 생기있게 만들어 나가는 특성은 더 있다. 계속하여 변화하는 텍스처, 하나의 움직임이 다음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생기와 탄력성, 음역의 다양한 변화 등이 그에 맞는 요소이다. 

 

 

 

 


선율적 재능

 


 모차르트는 어떠한 장르건 간에 그의 음악에는 선율적인 요소가 넘쳐흐르는 편이고 피아노 작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여러 소나타협주곡2악장이 애틋한 멜로디로 되어 있다. 반음계와 온음계가 섞인 미끄러지는 듯한 선율은 오페라 아리아를 떠올리게 하고, 커다란 도약이 나타날 때조차 성악적 효과를 위한 소프라노의 기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오케스트라 음색의 사용에 있어 만하임악파의 영향, 그리고 극적 요인으로서의 다양한 텍스처, 음색 적 상상력, 화성은 모차르트의 커다란 능력이며, 그에 덧붙여 자연스러운 호흡의 선율을 피아노에 옮겨 담은 것 역시 피아노 역사에서 모차르트의 공헌이 크다. 기악적, 성악적 요소의 이러한 융합은 피아노라는 악기의 가능성을 한 걸음 더 진전시켰던 모차르트 음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될 것이다.

 

 

 

 

 

 

박유미 「피아노문헌」 음악춘추사(2011) p.86-9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