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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피아노 작품 개관



 베토벤은 새롭고 강력한 힘이 인간 사회에 팽배해 있던 시기에 살았다. 나폴레옹이나 괴테처럼 베토벤 역시 프랑스 대혁명으로 터져 나왔던 거대한 대격변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베토벤은 고전주의 시기의 관습과 장르와 양식에 기초하지만 환경과 자신의 천재적 능력으로 이러한 유산을 변모시켰다.



 흔히 베토벤 음악을 시기에 따라 제3기의 스타일로 분류한다.



1) 초기(-1802년) : 피아노 소나타에서 처음으로 4악장 구조를 사용한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이 많이 보이는 고전주의적 작품이다. Op. 22(제11번)까지.



2) 중기(1802-1816) : 1801년(12번~15번)의 과도기적 형태를 거쳐 전통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실험적 정신이 보인다. 음악적으로는 '영웅적 시기'라 불리며 가장 활발하게 걸작을 남겼던 때이다. Op. 90(제27번)까지.



3) 말기(1816-1822) : 거의 종교적인 표현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고양된 정신이 드러나는 때이다. 비극과 좌절 극복의 경지라고 해석된다. Op. 101(제28번) 이후의 마지막 5개 소나타가 해당한다.


 

 


초기 피아노 소나타(-1802년)

 


 초기는 베토벤이 그 시대의 어법을 받아들이면서 개인적인 목소리를 찾는 시기이다. Op. 22까지의 첫 11개 피아노 소나타가 이에 해당한다.

 빈에서 출판된 최초의 3개 피아노 소나타 Op. 2-1, 2, 3번은 하이든에게 증정했는데, 하이든을 연상케 하는 패시지를 포함한다. 이들은 3악장이 아니라 4악장으로 되어 있는 것이 하이든과 다른 점이며, 또한 소나타의 미뉴에트 악장이 다이내믹한 스케르초로 대체되어 있다.


 


중기 소나타(1802-1816)

 


 두 번째 시기는 베토벤이 매우 독립적으로 되었던, 피아노 소나타 Op. 90까지 포함한다. 이 시기의 베토벤은 청각이 급속히 나빠졌고 여러 가지 불행한 사건들이 생기면서 심한 고뇌에 빠지게 된다. 1802년의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는 베토벤의 비참했던 심정을 드러내 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웅적인 작품을 많이 낸 시기이기도 하다.


 


후기 소나타(1816-1822)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에는 제28번에서 32번까지 5개가 있으며 작품 번호로는 Op·101부터이다. 이제 베토벤의 음악은 통상적인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며 예술적으로 한층 깊은, 내면의 소리를 절실히 써 내려 갔다. 소나타는 비범한 상상력에 의해 창조성의 높은 차원을 보여줌으로써 32개에 이르는 바이블의 대단원을 맺는다.




변주곡과 그 외의 작품

 


 베토벤의 시대변주곡이란 대체적으로 소나타의 진지함에는 미치지 못하는 기교용의 음악인 경우가 많았다. 연주가는 청중에게 어필하는 한 수단으로, 잘 알려진 선율 주제에 여러 종류의 변주로써 자신의 즉흥 연주 실력과 테크닉을 과시하곤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주곡이 갖는 위상은 철저한 작곡 정신의 결실이라기보단 대중성, 그리고 연주의 측면이 고려된 경우가 많다.

 베토벤 변주곡 중 걸작이라 할 만한 것은 33개의 변주로 된 안톤 디아벨리의 왈츠 주제에 의한 곡으로《디아벨리 변주곡》이라 불린다. 디아벨리는 당시 유명한 출판업자였는데 자신이 직접 쓴 작은 왈츠 선율에 한 개씩 변주를 붙여달라고 50명의 작곡가에게 위촉했다. 

 베토벤은 피아노곡으로 미뉴에트, 렌틀러 등의 춤곡, 왈츠, 행진곡 등의 짧은 소품을 많이 남겼으며, 3개 세트로 구성된 《바가텔 곡 집》은 다음 세대에 널리 퍼지게 될 성격적 소품의 효시로 간주한다. 바가텔은 총 24곡이며, 여기에 1곡의 독립된 바가텔이 추가됐는데, 이것이 바로 유명한 《엘리제를 위하여》이다. 바가텔이란 용어의 효시가 어디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조그만 것"은 그저 무시해도 되는 단순한 작은 것이 아니라 함축적이고 아름다운, 그리고 베토벤 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베토벤 피아노 음악의 기법적 특징


 베토벤 음악은 생존 당시 주로 자유로운 착상, 대담한 음악적 실험으로 칭송받았다. 그는 새로운 음악 정신을 이끌고 간 선구자라 할 수 있는데, 단지 그러한 "새로움"만이 그의 음악을 설명하진 않는다. 음악의 형식, 스타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나타나는 뛰어난 수완, 다이내믹, 압도적인 클라이맥스로 이끌어가는 전개력, 세련된 마무리, 그리고 탄탄한 논리성이 그의 음악을 특징짓는 것이다.




주제적 특징

 


모티브 중심

 


 베토벤의 주제들은 성악적이라기보단 기악적인 스타일로 되어 있다. 하나의 호흡을 갖는 선율적 주제보다는 짧은 동기가 여러 개로 구성된 그러한 주제를 즐겨 썼다. 주제는 확실히, 노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리듬마저도 예측이 어려운 형태로 되어있다. 모티브는 음악 전체의 구조물을 쌓아 가는 데 있어 건실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그것은 특정 음정 혹은 특정 리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

 

베토벤 소나타 Op. 57, No. 23 1악장 A 모티브
베토벤 소나타 Op. 57, No. 23 1악장 B 모티브
베토벤 소나타 Op. 57, No. 23 1악장 B 모티브 변형
베토벤 소나타 Op. 57, No. 23 1악장 B 모티브 변형

 

 


선율의 원리 : 대칭성

 


 베토벤 소나타주제를 살펴보면 대칭적인 면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베토벤의 전기를 쓴 신들러(Schindler)는 회고록에서 그와 같은 원리를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그는 2개의 원리, 즉 '간청적'의 선율과 '저항적'의 선율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원리는 때론 양손간 상향, 하양의 대조로 나타나기도 하고 혹은 빠름, 느림의 리듬적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베토벤 소나타 Op. 2, No. 1 모티브
베토벤 소나타 Op. 2, No. 1 모티브



 


리듬

 


 베토벤 음악에서 리듬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의 모티브는 선율적이지 않기에 리듬이 하나의 모티브 정체성을 줄 수 있다. 모티브의 리듬상 특징과 대조적으로 베토벤의 음악에서는 전반적으로 리듬의 균등성, 화성적 리듬의 균형이 강조된다. 누구보다도 규칙적인 추진력을 가지는 듯 보인다. 균형이 뒤틀리거나 기운이 약해질 것을 염려라도 하는 듯 그의 음악은 특별한 이유 없이 첫 박의 강세를 다른 데에 옮기지 않았다. 


 

 


화성

 

 

 베토벤의 화성은 매우 많은 5도 진행으로 단순한 편이다. 베토벤의 음악에서 주제가 단순한 음계 혹은 펼친 화음의 성격을 띤 것이 많다. 그토록 단순한 재료로 다양한 느낌을 연출하고 또 탄탄한 구조를 만들 수 있었던 점이야말로 베토벤의 재능이라 할 수 있다. 화성 진행은 5도를 중심으로 하여 드라마틱한 부분에서는 감7화음, 속 9화음이 사용된다.
 

 전타음해결 코드를 동시에 놓는 수법도 자주 발견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전타음을 쓸 경우 원래 전타음이 갖는 우아한 성격이 사라지고 무뚝뚝한 느낌이 강화된다. 

 

 

 


 짜임새

 


 베토벤은 초기 시절, 오케스트라 반주 패턴을 피아노로 즐겨 썼다. 예를 들어, 현악 파트의 반복음 반주 형태가 피아노로 옮겨진 듯한 형태를《비창》의 분산된 옥타브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현악 4중주 짜임새가 피아노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의 피아노 기법은 심포니와 현악 4중주의 다른 매체의 형태를 답습하고 있는 예가 많다. 《템페스트》2악장은 음역 배치를 이용한 관현악적 효과가 눈에 보인다. 마치 두 개의 서로 다른 음역의 악기가 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베토벤 소나타 Op. 31, No.2 2악장



 


푸가와 트릴

 


 베토벤 후기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이 언급되는 것은 푸가의 출현과 잦은 트릴 사용이다. Op. 101(28번)2악장의 행진곡풍에서 모방이 나오고 4악장에서는 소나타-알레그로 형식의 발전부 부분이라는 다소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모방기법이 출현한다. Op. 106(29번) 소나타의 피날레에서는 푸가가 웅장한 형태로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Op. 110(31번)에서도 피날레에서 푸가가 사용된다.

 

 29번 소나타도 그렇지만 Op. 109Op. 111긴 트릴로 마지막 페이지들이 장식되어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반복적인 형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형태로 사용하는 트릴은 좀더 최면적이고 혹은 듣기에 따라서는 자유로이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베토벤 소나타 Op. 109, No. 30 3악장 164-166마디

 

 

 

 

 

 

 

박유미 「피아노 문헌」 음악춘추사(2011) p.117-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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