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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의 피아노 음악 개관
슈만의 음악적 사상
예술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직접적인 내면 정신의 표현을 추구했던 슈만은 그런 이유로 그 누구보다도 낭만주의 정신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인식되어 왔다. '분별력은 틀릴 수 있지만 감정은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 청년기부터의 슈만의 사고였다. 실제로 슈만은 음악 안에서 떠오르는 수없이 많은 아이디어로 버거웠던 것 같고, 슈만이 당면한 더욱 큰 문제는 그 아이디어를 적절하게 통합하는 문제였다. 즉, 아무리 영감에 가득 찬 천재라 할지라도 그것을 설득력 있게 내놓기 위해서는 적절한 훈련과 교육이 꼭 필요하듯, 슈만 역시 작곡의 기술 없이 아이디어만으로는 그것이 온전하게 작품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슈만은 음악 외에도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또한 평론을 많이 썼다. 슈만은 스스로, 새로운 낭만파 음악의 진지한 형태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이며, 또 화려한 연주를 지향하는 머리가 텅 빈 연주가, 대중의 욕구에 부합하려는 속물에 대해서는 반대적인 입장을 표명한다.
하지만 슈만은 생전에 상업성이 보장된 곡을 한 곡도 만든 적 없고 그에 대한 소신이 분명했다. 이러한 입장은 슈만의 글에서 일종의 대화 형식으로 나타나는데 그는 그 대화의 등장인물을 '다윗 동맹'이라 이름 붙였다. 다윗 동맹이란 슈만이 《음악 신보》의 편집장을 하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예술에서의 속물에 대항하는 가상의 연합군을 뜻한다. 슈만과 멘델스존, 그리고 잡지 편집진은 자신들의 아지트인 술집 《Kaffebaum》에 모여 당시 유행하던 음악가나 부르주아 청중을 비평하곤 했다.
슈만 음악의 캐릭터들
슈만이 가상적으로 만든 '다윗 동맹'의 인물을 살펴보면, 흥분 잘하고 성급하며 열정적인 플로레스탄, 현명한 사람인 마이스터 랄로, 사려 깊은 몽상가인 유제비우스 등이 있다. 이러한 인물들의 특징은 슈만 자신의 다중적으로 가진 여러 성격에 합치되는 것으로, 슈만은 자신이 가진 여러 성격을 각각의 사람들에 투영시키고 있었다. 이들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슈만의 평론에서뿐 아니라 음악적 표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다윗 동맹 무곡》과 《사육제》에서 이들 각각의 성격이 암시, 묘사되어 있다. 《사육제》의 마지막 곡은 "필리스탄(속물들)에 대항하는 다윗 동맹의 행진"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그가 자기 소설에 주인공으로 삼은 크라이슬러는 궁정 극장의 카펠아미스터의 직책에서 쫓겨난, 세상과는 잘 타협하지 못하는 불운한 음악가이다. 그는 자신의 내부에 여러 다양한 영혼을 갖고 있다. 음악에 대한 강렬한 정열이나 거친 언행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그런가 하면 상처받기 쉬운 여리고 감수성 깊은 그런 내면을 갖고 있다. 한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떠도는' 영혼이라는 뜻은 그의 이름의 크라이스(Kreis)가 '돈다'는 의미에서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즉, 그는 세상에 안주할 수 없는 인물이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미치광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세상에는 자신의 판타지를 대변하는 음악을 찾아낼 수 없다고 탄식하고, 음악과 자신을 하나로 느끼며 주체와 객체가 하나가 되는 정신 분열적 사고를 슈만은 이런 인물에서 똑같이 느낀 것이다. 소설 속에서 크라이슬러는 바흐의 변주곡을 치는데 아무도 그 음악에 쉬를 기울이지 않는다. 슈만 역시 바흐 음악에서 진정한 음악의 진수를 발견하지만, 기교적인 대가에 정신이 팔린 청중은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제2의 자아와 가면무도회
슈만은 누구보다도 낭만주의적 특성을 음악에 그대로 담고 있는 작곡가이다. 무한한 세계로의 동경은 한편으론 현실 세계 도피에 대한 욕구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실제 모습을 감춘 채 환상적 존재로의 삶을 꿈꾸게 되기도 한다. 19세기 초 유럽은 혁명과 그 후유증으로 많은 지식인, 예술가가 고립감, 상실감을 느끼게 된 시기이다.
나 자신을 숨기고 또 다른 자아를 갖는 것, 이것은 '가면'이라는 형태로 상징화된다. 당시 독일의 소설 문학에서는 '판타지 소설'이 가장 인기 있는 장르였는데 그러한 소설은 매우 기이하고 그로테스크한 줄거리를 담고 있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또 다른 생명력을 갖게 된다거나,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이 자신의 원래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파는 일 등. 어떤 종류의 정신 분열적 사고가 문학에서 유행했고 그러한 사고는 독자들과 예술가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슈만의 작품은 온통 음악적 인용, 암시로 가득 차 있는데 그 의미는 작곡가만이 알 수 있는 성질의 것이었다. 낭만적 위장 역시 가면무도회의 한 특성인데 《빈 사육제》의 《라 마스세이예즈》같은 경우 프랑스 혁명의 정신을 음악적으로 상징화시켜 놓은 것이다. 단지 춤추고 즐기는 가운데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것이다.
현실을 고통이라고 보고 환상의 세계로 몸을 숨기고 싶어 하는 슈만은 '가면무도회'의 형태로 외형 하게 된다. 마치 영화 《마스크》에서의 마스크(쓰기만 하면 엄청난 파워를 갖게 되는)를 관객들이 동경했듯, 원래의 내 모습이 아닌 상상 속의 또 다른 나를 감춘 가면이라는 상징은 어느 시대건 사람들을 자극했던 소재였던 것 같다.
슈만은 가면 속에 숨어 기묘한 퍼즐을 즐겼을 것이며 자신의 의미를 음악 속에 꽁꽁 묻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악보는 마치 그 자신의 일기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순전히 음악 목적으로 어떠한 특정 화음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화음이 그에게 어느 순간을 회상하게 하거나, 연상하게 했기 때문에 쓰거나 하는 식인 것이다. 이러한 불분명성은 그의 음악에 환상적인 기분을 주게 된다.
박유미 「피아노 문헌」 음악춘추사(2011) p.172-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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